시대의 흐름은 많은 걸 변화시키고, 때로는 익숙했던 공간들을 등한시한다. 한때 화려했던 장소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버려지는 과정은 단순히 한 시설의 쇠퇴를 넘어, 당시 사회의 변화와 문화의 소멸을 증언한다. 창녕에 있는' 부곡하와이'는 나의 기억 한편에 강렬하게 자리 잡은 곳이다. 어릴 적 현장 체험학습으로 처음 마주했던 그곳은 하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척이나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여름이면 거대한 수영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겨울에는 하얀 눈썰매장이 펼쳐졌다. 특히 공간 곳곳에 전시되어 있던 수많은 박제는 내가 보지 않을 때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묘한 공포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안겨주며 깊은 잔상으로 남았다. 그러나 부곡하와이는 2017년,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방문객의 감소, 경남 지역의 인구 이탈, 그리고 새로운 여가 시설들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다. 그 후 나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히던 찰나 우연히 창녕군 부곡면을 지나다가 낡고 바랜 부곡하와이의 표지판과 마주쳤다. 이 작업은 화려했던 시절의 흔적들, 사람들이 스치며 남긴 자국들, 그리고 운영되던 시절엔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았던 공간의 이면들. 나는 그것들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아카이빙 하려한다. 빛바랜 외벽, 멈춰버린 시설, 무너지지 않은 채 버려진 구조물들. 이 작업은 그 공간이 한때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금 얼마나 외면받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나의 작업은 단순히 한 몰락한 테마파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부곡하와이라는 공간의 흥망성쇠를 통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쉽게 소비되고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한국 여가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