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은 공간을 만들고, 또 공간을 버린다. 한때 경남 양산의 통도환타지아는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찾던 여가의 장소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나누고, 기억을 새겼다. 공간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테마파크와 복합 여가시설들이빠르게 들어서면서 지역의 여가 공간들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갔다. 사람들의 발길은 줄었고, 부울경 지역의 인구마저 빠져나가며 그 공백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2020년 3월, 통도환타지아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휴장을 선언했고 그것은 끝내 무기한 휴장이 되었다. 일시적인 멈춤이라 했지만, 공간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이 작업은 그 공간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운영되던 시절에는 보여지지 않았던 시설의 이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았던 구석, 그리고 공간위에 조용히 쌓인 시간의 흔적들을 나는 있는 그대로 담으려 한다.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그 공간은 으스스하다. 함성도, 음악도, 사람도 — 마땅히 있었어야 할 것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공간은 조용히 그 부재를 드러낸다. 이 사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테마파크의 폐업이 아니다.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되는 동안 지역의 여가 공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버려져 왔는지, 그 구조적인 흐름에 대한 질문이다. 장소는 그렇게 비장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