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가시설에서의 기억은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낯설고 특별한 공간, 그 안에서 보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흐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익숙했던 공간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기억은 남았지만 공간은 사라졌고, 그 간극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나는 그 공간들을 찾아간다. 아침에도, 한낮에도, 어두울 때도. 시간대에 따라 공간은 전혀 다른 기운을 드러내지만, 공통된 것은 하나다. 마땅히 있었어야 할 소리, 사람, 활기가 사라진 자리는 언제나 낯설고 으스스하다. 처음 그 공간 안에 발을 들였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감각이 먼저 왔다. 그 감각과 함께, 운영되던 시절에는 결코 보여지지 않았던 시설의 이면, 그리고 시간이 조용히 쌓인 흔적들을 있는 그대로 담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그렇게 버려진 여가시설들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가시설들이 빠르게 들어서는 동안, 지방의 여가 시설들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발길에서, 그리고 기억 속에서도 점차 지워져 갔다.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그 구조 안에서 나는 하나의 질문이 생겼다. 우리는 여가를 어떻게 소비해오고 있는가? 이 사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시설의 폐업이 아니다. 소리도 사람도 사라졌지만,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다. 그 자리에 남은 잔향을 나는 계속 따라가고 있다